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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일상생활

2019.3.23_트라우마

준환이형님 2019. 3. 23. 23:41

첫 자영업으로 조그만 마트를 1년 반 정도 운영했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이것은 매우 고단한 일이 되었다


두번째로는 카페를 2년 반 운영했었는데

첫번째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더 신경이 쓰이고 적자가 컸다


카페를 폐업한지 4개월이 되어도 인수할 사람이 없는데

오늘 어쩌다 보러온 사람이 한명 있어 잠깐 보여주고 보낸 뒤 

남아서 냉장고의 썩어가는 걸 치우고 더러워진 바닥을 닦았다


한 달쯤 전에 씨름하며 기도하다가

이것이 하나님이 하시는 일인걸 깨닫고 홀가분하고 위로를 받았던 것 같은데

요 몇 주 또 시들해지고 오늘 어두운 카페에서 혼자 이것저것 치우고 있자니

다시 마음이 침울하고 썩어 들어가는 것 같았다


마트를 처음 시작하고 담임 목사님께서 찾아와 기도를 해주셨을때

나는 마치 이마트를 개업하는 기분이었다. 

'맞은편 가게를 뜷으면 더 잘될까, 옆집을 뜷으면 더 잘될까, 두부를 새로 들일까, 거래업체를 바꿀까, 복권도 같이하면 어떨까'

나의 상상은 하늘을 날아갔다


카페는.. 자리를 보았을 때부터 이미 나는 우주를 날아갔었다. 하나님이 준비해놓으신 자리라는걸 100%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때 내가 시도했고 계획했던 일들은 A4용지 10장 정도에 적을 수 있다)

하지만 운영하는 내내 더워도 손님이 없었고, 비가 와도 없었고, 

수시로 기계가 고장나고, 과전압으로 전기 차단기가 내려가고 직원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11월 중순부터 다음해 3월 꽃샘추위까지 장기간 손님이 없는것도 괴롭고, 하루종일 놀다가는 직원을 지켜보는 것도 괴로웠다

폐업하는 것을 정말 인정하기 싫었고, 그만두었을때 마음이 쓰리고 너무나 아팠다

다 하나님 뜻이라고 고상하게 말하는 아내 말도 그땐 그렇게 미웠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런말.. 

내가 느낀 상황을 1이라도 이해했으면 이럴때는 좀 입다물고 있어줄텐데 싶어서.


오늘 그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많았던 일들이 잠깐 다시 생각났었다 


대접받으려는 손님들도, 알고보면 냉소적인 지인들, 심지어 가족들도, 

어떻게든 세금을 먹이려는 기관이나, 우호적이지 않은 소상공인 정책이나, 

마음없는 직원들, 업체, 샘내는 이웃가게들까지도 모두 극복하고 수익을 내어야 했던 절박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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