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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지마, 아군이다

 
오늘 회사에서 묘한 상황이 있었다

평소 우리팀을 하청처럼 생각하는 A라는 팀이 있는데 오늘도 비슷한 일이 있어 우리는 A팀의 무례함에 경고하고자 함께 모여 메일 내용과 발언수위를 열심히 고민하고 있었다
나름 진지했고 어찌보면 약간 의기투합해서 파이팅하는 모양이라 친밀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다들, 이렇게 말해보는게 어떨까요 한 마디씩 거들고 있을 때 문제의 상황이 발생한다. 내 딴에는 우리편 편들어보겠다고,  "잘못은 지들(A팀)이 해놓고 지들은 우리가 흥분한 모습만 가지고 또 비아냥거리겠군요" 말했는데.. 뜬금없게도 내 말을 오해한 리더가 갑자기 나에게 화를 내며, 본인이 흥분한 모습을 지금 비꼰거냐고 반문했다. 졸지에 나는 팀의 반역자가 되어버렸다

난 처음엔 내가 아군임을 열심히 설명하며, 피아식별이 안되고 있는 이 바보같은 상황을 피해보고자 열심히 해명하던 중..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1. 그동안 어느정도 나에게 그런(말을 가리지 않는) 이미지가 누적되어 있었겠구나
2. 우리리더는 업무 영역에서 권위를 중요하게 여기므로 혹시 본인이 오해한걸 인지했더라도 지금의 주장을 뒤집지 않겠구나
3. 리더는 (A팀에게 경고까지 하기에는) 어딘지 부족한 현재 명분에 충분히 동의 받지 못할까봐 예민했었구나 느껴져, 생각을 바꿔 즉시 자진 사과를 했다. "생각해보니 제가 종종 경솔하게 말했으며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 그리고나서도 내가 '진심' 잘 못했으며 이 정도 책망으로 맘이 상하지 않았다는 걸 어필하기 위해 적성에도 맞지 않은 쾌활함을 보이느라 다소 피로한 하루를 보냈다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사실 자체에 집착할 수 있지만, 오늘처럼 원인이 전혀 다른 곳에 있는 경우 또한 종종 있었다.
결과에 대한 근거야 어떻게든 만들어질 여지가 있으며, 사람의 판단이란 것은 의외로 이성적이지 않으므로 상대에 대한 본인의 느낌이나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게 해석되는 것이겠거니 싶다

사람이 다양한만큼 사람을 대하는 것에 하나의 만능답안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불완전한 나와, 나와는 다른 누군가를 대하는 것이니만큼,
오해가 없을 정도의 끊임없는 조심성과, 지치거나 포기하지 않는 따뜻함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이지 않을까

그나저나 점점 나이도 먹어가는데 나도 말을 더 가려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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